
한 10초간 멍하니 쳐다보았다.
곧이어 그 글귀를 더듬어 보기도, 적혀있는 페이지를 앞 뒤로 넘겨보기도 하였다.
하지만 여전히 변하는 건 없었다.
"만약 초록색 문이 보인다면 자유롭게 행동하십시오."
어째서일까? 여기까지 오기 위해 되도않는 규칙들을 계속 지켜왔건만.
결말은 나보고 알아서 하라니.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을까.
몇 분동안은 현실을 부정했다.
한순간에 울음이 터져나오고 무차별적인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.
규칙이 적힌 책자도 던지고, 벽과 바닥을 피나도록 긁으면서까지 애써 이 상황을 무시했다.
그러나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결국 지쳐 잠시 쓰러지듯 바닥에 앉았다.
어차피 자유롭게 행동하라니까, 앉아서 쉬든 죽든 내맘대로 해도 되겠지.
그렇게 조금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을 때 한 순간, 이런 생각을 하였다.
'왜 자유롭게 행동하라고 했을까?'
이 말의 의미는 너무 많은 걸 포함하는 거 아닌가?
나의 행동이 자칫하면 괴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타인의 귀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.
그렇기에 보통 규칙서에는 명확하게 행동지시가 적혀있다.
그걸 알면서도 굳이
'자살하십시오.' 또는 '문을 열지 마십시오.' 가 아니라
'자유롭게 행동하십시오.' 라니.
이 뜻은 결국 문을 열어도, 가만있어도 아무상관 없다는 뜻 아닌가?
그리고 이 규칙을 쓴 사람.
그 사람은 왜 이걸 쓴거지?
이 책자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말 그대로 피로 쓰여진 규칙서이다.
정상적으로 생각하면 없는 규칙을 미리 쓰고 그걸 지키는게 이상하지.
그렇다면 이 규칙 또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 아닐까?
자유롭게 행동하라는...경험?
.
.
.
.
.
.
.
.
.
"자유롭게?"
.
.
.
.
.
.
.
.
.
.
거의 하루에 가까운 시간동안 끝없이 생각하였다.
그럼에도 변함없이 그자리에 서있는 초록색 문을 보며 나는 코웃음을 지었다.
이윽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'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행동' 을 하였다.
개정) 2025년 4월 18일
신규 생존자 + 1
특이사항
"그는 자유의 진실성에 대해 깨달음. 추가 연구 필요."
'상상력의 나래 (창작 & 정보 모음)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원주 무실동 헌혈의 집 후기 (2026.02.13) (1) | 2026.02.19 |
|---|---|
| 2급 항해사 면접 후기 (2026.01.24) (1) | 2026.01.27 |
| 손전등을 사용해보자 - MPP MapLight 플러그인 (알만툴/쯔꾸르/MV,MZ) (1) | 2026.01.04 |
| 나폴리탄 괴담) 주사위 관찰 업무 일지 (0) | 2025.12.01 |
| 나폴리탄 괴담) 걱정마세요, 아직 기회는 남아있어요 (0) | 2025.12.01 |